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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주 좀 태워주세요”... 산불 속 죽을 고비 넘긴 사람들 (뉴스토리)

정혜진 기자
2025-04-04 09:37:22
‘뉴스토리’ (제공: SBS)

5일 방송되는 SBS ‘뉴스토리’에서는 역대 최악의 영남 지역 산불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과 삶의 터전, 소중했던 일상, 행복해야 할 노후 등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재민들을 만나본다.

지난 3월 22일(토)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31명이 숨지고 44명이 다쳤다. 또 축구장 6만 4천여 개에 달하는 국토 4만 8천 ha를 태워 역대 최대의 피해를 남겼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괴물 산불’. 전례 없는 확산 속도에 날아드는 불길을 피하기 위한 필사의 탈출이 이어졌다. 취재진은 악몽과도 같았던 산불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을 만나 절박했던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

“불길 속에서 생수 6병 덕분에 살았어요!”

최초 발화지에서 6km 떨어진 안동시 평팔 2리의 조외재(67살) 이장은 불기둥이 치솟던 지난 25일 마을 어르신들을 대피시키고 가장 늦게 빠져나왔다고 한다. 뭐 하나 제대로 챙길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눈에 보이던 2L 생수 6병을 차에 싣고 대피하기 시작했다는 조 씨. 하지만 도로 양옆에서 날아드는 불길과 짙은 화염에 길을 찾을 수 없었던 조 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멈춰 선 차 안에서 1시간 가까이 고립돼 있었다고 한다. 챙겨 온 생수를 부어가며 차의 열기를 식혀 버틸 수 있었다는 조 씨. 그때 차 한 대가 지나가다 조 이장을 극적으로 발견했고 가까스로 그 차를 얻어 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만약 생수 6병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조 씨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한다.

“제발 우리 손주 좀 태워주세요!”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영양군 석보면. 계곡에서 부는 골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면서 사람들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9살 11살 손주와 함께 있던 최동철(68살) 씨는 불길이 몰려오자 아내와 손주들을 데리고 차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얼마 안 가 타이어가 찢어져 차가 멈춰 섰다고 했다. 다급히 지나가는 차를 불러 세웠고 자신은 안 태워도 좋으니 제발 손주들만이라도 태워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다행히 모두 차에 올라탈 수 있었지만, 이 차량마저 타이어가 찢어져 멈추고 말았다. 최 씨는 달려드는 불길을 피해 손주들을 업고 도로 아래 계곡물에 뛰어들어 몸에 물을 끼얹으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고 했다.

“육십 평생 처음 마련한 집, 숟가락 하나 없이 탔어요”

어려운 형편 탓에 청송에서 사과를 키우며 7년 동안 농막 생활을 해야 했다는 조경례(66살) 씨. 수도시설도 없어 농막 근처 도랑물로 씻고 빨래하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지난해 육십 평생 처음으로 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지” 걱정했다는 조 씨는 고생한 지난날의 보상으로 생각했던 집을 화마에 빼앗기고 말았다. 조 씨의 작은 행복도 잿더미가 됐다.

한편, 영남 지역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토리’는 5일(토) 오전 8시 SBS에서 방송된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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